
서울 마포구 월드컵시장의 한 상점에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결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기업 성과급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대표 발의했는데 논란이 생겼다. 삼성전자 노조는 10일 성명을 내고 “임금 (현금) 지급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고 했다.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현금 지급 원칙’과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임금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정책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2016년 시(市) 조례로 시행한 바 있다. 이후 법제처가 “조례로 현금 지급 원칙의 예외를 만들 수는 없다”고 하기도 했다.
“노조 약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현금 못 받을 우려 있어”
민주당 박민규 의원은 지난 7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근로기준법 43조 1항에 ‘단체협약에 규정이 있거나 근로자 동의가 있으면 임금의 일부를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하려는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려는 취지라는 게 박 의원 설명이다.
이번에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근로기준법 43조 1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다만 ‘법령,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개정안은 ‘통화 이외의 것’에 지역사랑 상품권을 포함한다는 내용 등을 법률에 명시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률사무소 의림 소속인 유성민 공인노무사는 “근로기준법상 통화불(通貨拂) 지급(현금 지급) 원칙을 사실상 무효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유 노무사는 특히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 지역사랑 상품권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한 내용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삼성 등 대기업은 사측과 동등하게 교섭할 수 있는 노조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며 “기업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李 대통령 성남시장 때 지역화폐 지급… 법제처 “지자체 조례로 예외 만들면 안돼”
근로기준법에 ‘현금 지급 원칙’이 명시된 것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돈 대신 회사 제품 등 물건을 주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앞서 서울우유가 2015년 직원들에게 우유를 팔고 그 값을 월급에서 공제해 논란이 됐었다. 당시 회사가 “우유 소비가 줄면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하면서 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지는 않았다.
사법부도 ‘현금 지급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9년 기업의 복지포인트는 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하면서 근로기준법상 현금 지급 원칙을 근거로 들었다. “복지포인트를 임금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칫 통화 지급 원칙의 근간을 흔들어 장차 사용자가 통화 아닌 다른 것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규범적으로 폭넓게 허용할 가능성을 넓히게 된다”는 판단이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2016년 시(市) 기간제 근로자 임금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한 바 있다. 당시 성남시 조례에서 “최저 임금액보다 인상된 임금에 대해서는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정책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을 떠나 경기도지사로 나간 2018년 10월 폐지됐다. 법제처가 2019년 “지방자치단체 관할 구역에 한정되는 효력을 갖는 조례는 통화 지급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있다.
한 법조인은 “법제처 유권해석에서 조례로는 임금 대신 지역화폐를 주는 것이 안된다고 하니 이번에 민주당 의원이 법률에 못 박겠다며 개정안을 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승 기자, '[정책 인사이트] ‘지역화폐로 성과급 지급’ 법안 논란… ‘현금 지급 원칙’과 충돌", 조선비즈, 2026. 07.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