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과정에서 양육권 다툼이 벌어질 경우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 중 하나는 '현재 누가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가'다. 법원은 양육권자를 정할 때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삼는데, 소송이 장기화할수록 기존 생활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듯 '생활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법률대리인들이 사실상 "아이부터 먼저 데려오라"는 취지의 조언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양육권 확보를 위해서는 이혼 소송 과정에서 별거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생활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의림 변호사(법률사무소의림 대표)는 일명 '현상 유지' 원칙이 사실상 하나의 법리처럼 작동해 왔다고 분석했다.
원 변호사는 "양육자 지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현상 유지'가 강조되는 이유는 아이의 정서적 안정 때문"이라면서도 "정서적 안정을 결정하는 수단이 그것 하나만은 아닌데도 지나치게 절대적인 요소처럼 받아들여져 왔고, 지금도 그런 인식이 법원을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 간 갈등이 심해 한쪽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유지된 현상 자체를 양육자 지정 과정에 지나치게 일차원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문제"라며 "양육자로 지정된 사람이 상대 부모와의 면접교섭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분리 상태가 길어질수록 아이가 한쪽 부모와의 생활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쪽이 일방적으로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 경우, 법원이 유아인도명령을 통해 아이를 다시 돌려보내도록 결정할 수는 있지만 실제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판사에 따라 사전처분 대응 속도가 제각각이라는 점도 문제다. 사전처분은 이혼 소송 등 가사사건에서 본안 결정 전 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내리는 일종의 '임시 조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조치의 속도가 명확한 매뉴얼보다는 개별 판사의 가치 판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 변호사는 "최근에는 면접교섭 중요성을 인식해 첫 변론기일 이전에 사전처분을 진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면서도 "판사 개인이나 법원마다 편차가 크다. 매뉴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신념이나 중요도에 따라 판단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내려진 임시 판단은 이후 본안 소송 과정에서도 쉽게 뒤집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초기에 형성된 분리 상태가 그대로 고착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원 변호사는 "최근 이혼 소송은 1심에 최소 1년 수준으로 길게 진행되고, 사건 적체가 심해서 그런지 첫 기일이 상당히 늦게 잡히기도 한다"며 "아이를 탈취해서 데리고 간 경우, 법원의 기일 지정이 늦어져 한쪽이 장기간 아이를 보호하게 되는 것인데도 그 상황 자체를 이유로 다시 그 사람에게 유리한 판단을 내리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강서연 기자 외 2명, ["아이 먼저 뺏고 학대 고소하세요"…법이 '방조'하는 부모따돌림], 뉴스1, 2026. 06. 1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9003149?sid=102
